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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망토 와 늑대

어느 숲에 늑대가 한마리 들어왔습니다. 이 숲에는 먹이가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특이한 늑대는 동료들이 사는 무리를 떠나 몇일씩이고 혼자 와서 지내다 갔습니다. 늑대에게 있어서는 이 숲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곳이었습니다. 먹이 하나를 가지고 아귀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몇시간씩 사냥감을 기다리며 조바심 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마치 늑대는 한마리 사슴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숲의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듯 했습니다. 많지 않은 작은 동물들은 처음에는 늑대를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을 사냥대상으로 여기는게 아니란 걸 알고 특별히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늑대에게는 이 숲이 더욱 편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 숲에는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었는데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늑대란 존재가 달갑지 않은 것이란 걸 과거 자신의 동료들이 인간들 손에 죽어나가는 것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두막 근처에는 늑대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특별히 먹잇감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었죠. 다른 숲에 가서 조금만 노력하면 토끼나 들쥐 정도는 손쉽게 사냥해서 배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늑대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 할머니의 손녀인 빨간후드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오곤 했었는데, 왜 늑대인 자신이 그런 인간의 아이한테 끌리게 됐는 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고소한 빵냄새와 치즈와 크렌베리 잼의 냄새들 틈에 섞여 들어오는 그 아이의 목덜미인지 팔인지 머리에서 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달콤하고 사랑스런 냄새가 났었던 것입니다. 처음엔 자신이 배가 고픈 거라고 생각하며, 동료들이 있는 숲에가서 사냥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 냄새는 뭔지 모를 신비로운 것이었습니다.

늑대는 빨간망토가 오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냄새를 더 잘 맡기 위해 오솔길의 가까운 덤불숲에서 아이가 지나가길 기다린 적도 있었죠. 그 아이는 맑은 눈을 가졌었고, 호기심이 많아 오솔길 가장자리에 난 작은 꽃이나 버섯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만져보곤 했었습니다. 한번은 빨간망토가 너무 늑대 가까이에서 꽃을 보는 바람에 그 아이의 얼굴과 향기를 생생하게 보고 느끼게 되자 늑대의 가슴은 터질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면 이유없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늑대는 감히 아이 앞에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보자마자 기절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였죠. 늑대는 빨간망토를 보는 것이 그냥 자신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좋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숲에 갔더니 빨간망토에 대해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 산너머 참나무 숲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인간 할머니가 살고 있다는 군”

“인간들은 건드리면 안돼. 더구나 할머니는 뼈하고 가죽밖에 없을거야. 먹을 것도 없다구”

“그 할머니를 이야기 하는게 아냐. 그 할머니의 손녀가 있다는데 가끔 할머니에게 빵을 가져다 주러 온데. 아직 어린아이니깐 살이 연하고 맛있을거야”

예전 인간들의 전쟁 때 인간의 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 우두머리 늑대가 말을 했습니다. 그 말에 동료들은 호기심을 보였고 서로 맛을 보고 싶다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이들은 토끼고기로는 성이 차지 않은 모양입니다.

늑대는 불안했습니다. 저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빨간망토가 있는 숲에 갈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동료들에게는 빨간망토를 본 적이 있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그 숲에 들어가면 자신의 냄새를 맡을 것이란 것도, 빨간망토가 늑대무리에게 잡아 먹힐 것이란 것도 알 수 있었죠. 늑대는 무리들에서 슬금 빠져나와 참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늑대는 밤을 꼬박 새고 그 다음 날 점심 때가 될때까지 빨간망토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오솔길에 빨간망토가 보이자 늑대는 멀찌감치서 말을 걸었습니다.

“겁먹지 마! 난 늑대야. 하지만 널 해칠 생각은 없어”

“늑대가 뭔데? 무서운거야?” 빨간망토는 아직 늑대를 본 적이 없었나 봅니다. 늑대를 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넌 이제 할머니에게 다녀가는 걸 하지 말아야 해. 안그러면 다른 늑대 무리들이 널 잡아먹으러 올지도 몰라”

“응 ! 그런데 넌 왜 날 먹지 않는거야?” 빨간망토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난 사람아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어. 토끼나 들쥐 같은 걸 먹거든”

“그런데 왜 다른 늑대들은 날 먹으러 온다는 거야?”

“사람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는 늑대가 있거든. 그는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널 꼭 잡으러 올거야”

“응…그런데 넌 내가 맛있을 거란 생각은 안해봤어?”

“해본 적 없어”

“먹어보면 맛있을 지도 모르잖아”

“널 먹어버리면 널 다시 만날 수가 없잖아”

빨간망토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사람의 아이는 자신이 먹이가 된다는게 뭔지 모르고 있는게 확실했습니다.

그리고 늑대도 자신이 왜 빨간망토를 계속 보고 싶어하는 건지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도 이유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다른 늑대들이 오는 발자국 소리를 늑대는 들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늑대는 빨간망토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숲에서 벗어나 다른 숲으로 가면 못찾을 것입니다.

반나절을 달려 산을 넘고 작은 강을 건넜습니다. 빨간망토는 왜 자신이 늑대에게 끌려 달아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에게 가는 것도 너무 지겹고 해서 그냥 늑대를 따라 갔습니다. 늑대는 넓은 평원이 나오고 더 이상 추격하는 발자국 소리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빨간망토와 천천히 걸었습니다.

“나와 계속 있으니 좋아?” 빨간망토가 물었습니다.

“너무 좋아” 늑대는 앞으로 어찌할지 잘 알수는 없었지만 무작정 좋았습니다.

늑대는 자신이 무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빨간망토도 다시 그 숲으로 돌려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방법이 뭘까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늑대는 늑대답지 않은 고민을 하느라 약간 머리가 아픈 것 같았습니다.

“나와 언제까지 있을건데?” 빨간망토가 다시 물었습니다.

“생각해 보지 않았어. 그런데 오래동안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난 이제 너하고 사는거야?”

“응!”

“왜 넌 늑대인거야?”

“늑대니까 늑대지…원래 이렇게 태어난 걸”

“아냐 늑대도 사람이 될 수 있어! 무지개가 뜨는 곳에 있는 샘물을 먹으면 짐승들이 사람이 될 수 있데”

“정말?”

“응! 우리 할머니가 말해줬어. 너두 나랑 살려면 사람이 되면 좋잖아”

“그럼 그리 가자!” 늑대는 빨간망토를 태우고 무지개가 걸리는 지평선 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하루 밤을 자고 또 걷고 또 하룻밤을 잤습니다. 무지개가 있는 곳까지는 별로 많이 남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빨간망토는 배가 고프다며 할머니에게 줄 것이었던 빵과 잼을 꺼내 먹었습니다. 늑대도 빨간망토가 나눠 준 것을 먹었지만 별로 먹은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늑대는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못해서 힘이 없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토끼가 없나 하고 찾아봤지만 무지개까지 가는 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빨간망토가 오물거리며 빵을 먹는 동안 늑대는 빨간망토의 냄새를 느꼈습니다. 결코 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살냄새가 너무 달콤하게 나는 것 같았습니다. 늑대는 꾹 참고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빨간망토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늑대를 배게삼아 낮잠을 잤습니다. 빨간망토의 연약한 살이 닿았습니다.

늑대의 송곳니가 삐죽 길어졌습니다. 늑대는 빨간망토를 한입에 물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송곳니가 더 길어지고 침이 질질 흘렀습니다. 늑대의 목에서는 계속 으르렁 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눈은 핏발이 차서 너무 빨개져서 핏물이 흐를 것 같았습니다.

늑대는 높은 언덕에 오르자 아직 잠이 덜깬 빨간망토의 옷을 찢어 버리고 그 연한 살을 뜯어먹고 흐르는 피를 핧았습니다. 뼈가 걸리는 것 조차 상관없이 으드득 씹어서 먹어버렸습니다. 채 10분이 되지 않아 빨간망토는 몇개의 뼈와 머리카락만이 피묻은 옷과 함께 남았습니다.

늑대는 감격에 차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세상이 모두 늑대의 것 같았습니다. 다른 늑대 무리들이 쫗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두 잊은 채 그 언덕에는 거칠고 광기에 찬 것 같은 늑대 한마리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멀리 있는 할머니의 오두막까지도 들렸고 떠나온 늑대무리들에게도 들렸습니다.

“그 녀석 빨간망토를 혼자 먹어버렸나보군…흥” 대장 늑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늑대는 빨간망토의 피묻은 옷을 물고 힘이 넘치게 무지개가 있는 곳으로 달렸습니다. 반나절 동안 바람같이 달려서 무지개가 있는 샘물에 닿았는데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뛰어온 늑대는 가쁜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피가 묻어 있는 빨간망토를 샘물옆에 내려놨습니다.

달 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샘물을 들여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입가에 피가 범벅이 되어있고 무서운 눈을 한 늑대가 거기 있었습니다. 늑대는 망설였습니다.

자신이 이제 같이 살 빨간망토가 없어졌는데 샘물을 마시고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망토 안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마시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목도 말랐기에 늑대는 벌컥벌컥 샘물을 들이켰습니다. 입가에 묻은 피자욱이 씻어졌습니다. 그리고 늑대는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늑대는 꿈에서 달과 별이 운행하는 하늘을 보며 샘물가에서 빨간망토와 같이 있었습니다.

새벽쯤에야 늑대는 잠에서 깼습니다.

하늘에 별이 수만개가 반짝이고 있었고 달이 지고 있었습니다. 샘물을 보았더니 달이 비추지 않은 샘물은 어둡고 깊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빨간망토만 있을 뿐 그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았습니다.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풀밭을 굴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늑대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 봤습니다.

발톱이 뾰족하고 털이 많이 난 짐승의 발, 늑대의 발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누굴 만날 수 있을 거란 사실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했고

내가 원한다고 정말 만날 수 있을 거란 것도 몰랐다.

하지만 정말 만났다.

작지 않은 키에 마르지 않고 날씬한 몸과 긴 하체, 그리고 작은 얼굴

긴 머리는 끝 쯤에서 웨이브 치고 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인이었다.

난 적잖이 당황했다.

충분히 받아 줄 수 있는 키 성향, 메저기질이 조금 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나이도 그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갔다

나이를 말해준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났나 보다.

아무리 많이 본다 해도 25, 아마 캐쥬얼만 입었다면 22이나 23으로 알았을 것이다

타이트한 H라인 스커트에 패셔너블한 스타킹 , 그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심플한 블라우스에 적당한 목걸이 까지, 흠 잡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난 내 자신의 힘듬을 억지로 라도 해소하고 싶은 욕망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고, 이제껏 그 어느때 보다도 더 아무 기대가 없었다. 그런건 상관 없었기 때문이다. 멍든 다리 사진을 보긴 했지만 뚱뚱하진 않구나 라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게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에셈바닥을 통통 털고, 그것 말고 내가 몇개월 동안 강남 바닥을 걸어다니며 봤던 그 누구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주춤했다. 나의 원시적인 고픔만을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기며, 몸과 마음은 거친 에너지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너무 예쁜 상대가 나와 버리면 어쩌자는 말인가

궂이 흠을 잡자면 안경을 썼다는 것 정도 랄까

그러나 그것도 곧 알게됐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 살색 스타킹만 신은 그녀가 안경마저 벗어버린 후, 안경으로 인해 더 경이로운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말이다. 이미 내 거친 욕망은 서서히 퇴색되어 갔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맺힌 것이 많았나보다. 혁대부터 시작해서 여러 종류의 케인까지 근래에 했던 가장 하드한 것 보다 더 하드한 스팽을 했다. 작은 비명, 그것 마저 귀여웠다. 내가 약속 했던 것을 안지키고자 마음 먹었더라면 아마 몇번이고 난 그녀를 범했을 것이다. 그러나…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내가 이성을 잃지 않음을 그 때 처음으로 난 저주했다. 난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마저 이성을 잃지는 못했다.

그녀를 끌어안고도 난 손을 대지 않았다. 흥분은 극에 달해 있었지만 내 머리속은 하얬다. 신은 내게 선물을 주시고, 또한 독약을 주셨구나 하고 말이다. 세상이란 공평하다 싶었다. 내게 이런 아이를 때리게 해주면서, 갖지는 못하게 말이다.

마음이 어지러웠었다. 그리고 플이 끝난 후 극도의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엄청나게 우울한 듯 생각됐다. 만약 집에 바래다 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한강 어딘가에서 목놓아 울었을 지도 모른다.

피곤에 피곤이 쩔고, 머리엔 해소되지 않은 앙금과 해소된 무엇, 그런 아스트랄 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됐다.

그녀를 만난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그리고 그녀가 없었다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난 그 몇일 동안 화끈거리는 심장 때문에 잠을 설쳤었는데, 그날 일요일 밤의 내 꿈은 달콤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키스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그녀의 입술도 예뻤다는 것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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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새

배고픈 떠돌이 아기곰이 먹이를 찾아 다녔다

아기곰은  나무를 올라가 새둥지를 발견했는데 안에는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가 있었다

곰은 너무 배가 고파 둥지 째 통째로 삼킬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 작은 어린 새가 불쌍했다

자신도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혼자 다니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미새가 언제 올지 안올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너무 작은 새니깐 먹어도 배도 안부를 거라고 위안하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아기새는 꼬마곰의 등에 올라타서 같이 내려온 것이다

그냥 떨어뜨리고 가려고 했지만 그러면 아기새는 금방 죽을 것 같았다

아기새와 아기곰은 같이 다녔다

가끔은 아기새가 짹짹 거려 꿀벌집을 찾아내어 배부르게 먹기도 했다

아기새는 곰이 먹는 걸 조금 먹으며 자랐다

아기곰은 외롭지 않았다.

아기곰은 그때 안먹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귀여운 아기새를 쳐다보곤 했다

아기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작은눈을 말똥히 뜨고 보곤했다

아기새는 이제 조금씩 날 수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고 추워지고 있었다

아기곰은 졸려왔다

그리고 많이 차가운 어느날 나무둥치의 구석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기새는 처음에 자는 줄 알았던 아기곰이 오랜동안 일어나지 않자 놀랐지만 쌔근쌔근 자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눈이 오고 또 오고

긴긴 겨울 동안 아기새는 곰 둥치에 살았다. 조금씩 날 수 있는 날개를 움직여 겨우 먹이를 먹으며 곰 옆을 떠나지 않았다

얼음이 녹고 나뭇가지에 새싹이 약간 보일 쯤에 곰은 깼다.

곰은 이제 좀 커졌다

아기새는 날개를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여 날 수 있었다

“넌 이제 아기새가 아니구나 마음껏 날 수 있네?”

“응! 저쪽 산에서 조그만 열매를 물어온 적도 있어”

“넌 날 수 있으니까 많은 걸 보고 싶을 것 같아”

“맞아! 난 저쪽 산 너머도 가보고 싶고 하늘 높이 날아서 내려다 보고도 싶어 그리고 친구새가 생겼는데 바다라는 것도 있데 거기도 가볼거야”

“그렇구나 난 이 산에서 나가면 안돼”

“넌 그럼 나랑 같이 다니지 못하겠구나?”

“응”

아기새는 바다를 보러갔다. 친구들과 같이 간 그 바다는 냇물보다 너무 넒어서 놀랐다

무섭게 생겼지만 갈매기란 새들도 봤다. 새로운 것들은 너무 경이롭고 재밌었다

아기새는 아기곰이 사는 산으로 가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아기곰은 나무껍질을 벗겨서 먹고 있었다. 아기새는 언제나 처럼 곰의 머리에 앉아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아기곰은 웃으면서 모든 이야기를 다 들었다.

아기새는 높은 산의 정상에 있다는 천년 넘은 소나무를 보러 갔다.

소나무가 좀 작아서 볼 품은 없었지만 거기에 사는 다른 새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기새는 다시 곰에게 와서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다

곰은 마침 물고기를 잡으러 강가에 나가고 없었다

아기새는 그 산을 다 뒤졌으나 곰이 없자 실망했다.

짹짹 거리며 찾아봤지만 둔턱한 그 넒은 발로 달려 오던 아기곰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조금은 덩치가 커진 듯 보이는 아기곰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기새는 너무 반가워서 마구마구 투덜대며 어디갔냐고 했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 요즘에는 더 많이 먹어야 배가 안고파”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니가 없으면 내가 심심하잖아”

 ”난 니가 바다와 소나무를 보러 갔던 내내 외로웠어”

아기새는 슬펐다

 아기곰이 혼자인 걸 잊어버렸던 것이다

 어려서 몰랐지만 아기새는 그때 곰이 자신을 먹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너와 같이 계속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아기새가 물었다.

 ”날지 못하던 너는 내 머리에서 잘 놀았었는데 그때는 행복했어”

 ”난 이제 나는 새야”

 ”알아”

 새는 다시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늘의 별이 아기새를 부르고 달이 유혹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포근한 아기곰의 털 속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물었다.

 ”곰아 곰아! 내가 다시 날지 않게 날개를 니 이빨로 잘라줄래?”

 ”날지 못하면 어떻게 살려고? 넌 보고 싶은 것도 많잖아”

 ”나도 외로운건 싫어 니가 없는 바다와 소나무 같은 것 보고 싶지 않아”

 곰은 작은 아기새의 날갯죽지를 물려고 하다가 혀로 그냥 핧아주고 말았다.

 ”왜?” 아기새는 물었다.

 ”내가 널 물어서 못날게 하면 난 널 가진게 아냐. 그러지 않고도 니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내 옆에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난 날게 되면 또 다른 것을 보고 싶어할까봐 그러는 거야”

 ”알아. 하지만 넌 날개를 가지면서도 날 떠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응”

 곰은 그냥 웃었다. 이미 아기곰은 아기곰이 아니었다. 체격도 다부졌고 어른 곰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가 힘이 세다고 널 잡을 수는 없어”

 ”그래도 돼”

 ”그냥 있어줘 내가 원하는 건 그것 뿐이야”

이미 아기가 아닌 곰과 새는 서로 그렇게 지냈다. 가끔 새는 옆동네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걸 빼놓고는 곰과 같이 있었다.

 아기곰과 아기새는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곰과 새가 아닌 것 처럼 느꼈다.

 그들은 행복한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혼자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게 행복이라면 난 행복한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눈만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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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짐

새를 기르고 있었다.

사진의 모형 새처럼 작고 하얀 새 두마리

꽤 오랫동안 길렀는데 한마리가 죽었다

그 다음날 다른 한마리가 따라 죽었다

따라 죽었다는 표현이 그렇긴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한 여자를 좋아했다 그냥 혼자만

여자는 다른 남자를 좋아했다

그 둘은 사귀었다

같은 동아리에 있었기 때문에 둘이 다니는 모습을 가끔 보게됐다

너무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또 시간이 흐르고

난 그녀와 사귀게 됐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냥 방금 그 생각이 났다

그때도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에겐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버거운 짐 같은게 가끔 떨어진다

짐의 무게가  들 수 없는 것이기에

짓눌려서 괴로워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아마 난 짐을 잘 못드는 체질인가보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감정이 40초반에도 비슷하다면 이건 문제가 체질 말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또 생각났다

내가 했던 일들

나도 그랬었는데

그땐 나도 별스럽지 않게 이야기 했었지만

상대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구나 하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거구나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말할 수 있는 연락처가 있지만

아마 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안하다고 말하련다 여기서나마

너도 이랬구나

얼마나 많이 아팠니

이렇게 무거운 건 줄 알았으면 내가 떠넘기지 않았을텐데

다 내 잘못이다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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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자

 

우린 모두 반죽덩어리였다.

힘 없는 할머니가 심심해서 만들어 보려했었던 건지 모르지만 사람 모양의 틀에 들어가기 전의 동그람 모양의 일정한 반죽이어야 했는데 우리 모두는 크기도 다르고 반죽의 끈기도 다르고 , 할머니가 눈이 어두우셨는지 반죽에 뭘 넣어버려서 색깔도 하얀것 부터 검은것 까지 다양했다.

할머니는 반죽하다 지쳐서 의자에 누워 잠이드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우리는 숙성했고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생강빵이 되는 것이고, 지친 할머니를 위해서는 직접 생강틀에 자신을 넣고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들어가서 구워서 나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 다 생강빵이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어떤 반죽덩이들은 다시 밀가루로 돌아가길 바래서 자신의 몸을 쥐어짜서 물을 빼려했고, 어떤 이들은 그냥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생강빵 지원 반죽덩어리 아이들도 자신이 생각한 모양들이 있었다. 어떤 애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했고, 어떤 아이들은 별모양이든 사람모양이든 상관없다고도 했다. 다들 동그란 반죽덩어리들이었지만 주방에 마련된 몇가지의 틀에 자신들이 어울리는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반죽틀에 자신을 눌러서 맞추기 시작했다.

맨 첫번째 반죽이 들어갔다. 그는 곰 모양이었다. 정말 곰 모양의 반죽이 되어서 나왔다. 그러나 반짝반짝한 숟가락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그 반죽아이는 울먹이며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하고는 다시 별 모양 틀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좋아했다.

두번째 아이는 처음부터 별모양에 들어갔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오븐으로 뛰어들어가려 했지만 오븐까지 가는 몇초 안에 별모양을 잃어버리고 흐느적 거렸다. 그는 다시 별모양의 틀에 들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소 실망했지만 물을 빼고 다시 밀가루로 돌아가는 무리에 합류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자신의 틀을 찾아서 찍어내고는 자신의 모습을 갖추길 원했다. 하지만 모든 반죽들이 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틀의 모양대로 되지는 않았다. 형체가 없이 흐느적 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너무 딱딱해서 틀에 안들어 가기도 했다. 우리 중 많은 지원자들 중 틀을 갖추고 겨우 오븐에 들어간 아이들은 일부뿐이었다.

그러나 일부의 그 아이들도 오븐에서 나올때는 조금 달라졌다. 원래 틀 모양을 잃어버리고 바스라진 아이도 있었고, 들어갈때는 별모양이었는데 나올때는 달모양이 되어 나오기도 했다. 생강빵이 되어버린 애들은 다시는 밀가루가 되진 않는 것이었다. 어떤 애들은 후회하기도 했다. 밀가루가 되길 바래야 했었다면서 말이다. 그는 하얀 눈물이 나오더니 하얀 눈물을 흘리는 인형모양의 생강빵이 되었다.

자신의 모습에 꼭 맞게 만족하는 생강빵들은 많지 않았다. 설령 제대로 된 훌륭한 빵이 되어 나온 애들도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 어수선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할머니가 잠에서 깨서 깜짝 놀랐다. 자신은 분명 반죽밖에 한 일이 없는데 생강빵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죽덩어리나 밀가루 더미가 주방 여기저기 있기도 했다.

할머니는 자신이 치매에 걸린 거라고 생각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칼국수나 만들려고 반죽을 했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람…”

그 말을 들은 생강빵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듣지 못하고 잘 만들어진 생강빵을 몇개 집어 들고 TV앞으로 가서 인기드라마를 볼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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